OTMO

고등학교 신입생 모집 마케팅,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8분 분량

신입생 모집이 예전 같지 않다는 데는 대부분의 학교가 동의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홍보를 해야 한다는 결론까지는 빠르게 도달하는데, 무엇부터 손대야 하는지가 정리되지 않은 채 영상 한 편과 포스터 한 장으로 한 해가 지나갑니다. 다음 해에는 지난해 자료를 조금 고쳐 다시 씁니다.

학교 홍보의 결과는 예산의 크기보다 순서에서 갈립니다. 신입생 모집 마케팅을 처음 정리하는 담당자가 밟아야 할 순서를 단계별로 정리했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부터 확인합니다

새로 만들 것을 정하기 전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목록으로 만듭니다. 최근 3년 안에 제작한 홍보 영상, 학교 소개 브로슈어와 포스터, 홈페이지의 입학 안내 페이지, 운영 중인 SNS 계정, 설명회에서 쓴 발표 자료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목록을 만들었으면 각 항목이 지금도 쓸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합니다. 학과가 개편됐거나 실습실이 새로 들어왔는데 영상에는 예전 모습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복이 바뀌었거나 등장한 학생이 이미 졸업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용이 현재와 어긋나는 자료는 홍보물이 아니라 부정확한 정보가 됩니다.

확인이 끝나면 다음 세 가지를 문서로 남겨 둡니다.

  • 지금 그대로 쓸 수 있는 자료, 손보면 쓸 수 있는 자료, 다시 만들어야 하는 자료의 구분
  • 학교의 강점 가운데 외부에 한 번도 제대로 전달된 적 없는 것
  • 올해 신입생이 학교를 처음 알게 된 경로

마지막 항목은 신입생 대상 설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입학 직후 오리엔테이션이나 첫 상담 때 우리 학교를 어디서 처음 알게 되었는지 묻는 문항 하나면 충분합니다. 중학교 진로 수업, 담임 교사 추천, 학교 홈페이지, 유튜브, 인스타그램, 지인 가운데 무엇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이 한 문항이 다음 해 예산 배분의 근거가 됩니다.

목표는 지원율이 아니라 그 앞 단계에서 잡습니다

지원율을 올리겠다는 말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입니다. 지원율은 1년에 한 번, 원서 접수가 끝난 뒤에야 확인됩니다. 그 숫자만 보고 있으면 한 해 동안 홍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판단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원 직전에 반드시 거치는 행동을 목표로 잡아야 중간에 방향을 고칠 수 있습니다. 입학설명회 신청 건수, 상담 문의 전화와 메시지 건수, 홈페이지 입학 안내 페이지 방문 수, 홍보 영상을 끝까지 본 비율, 중학교 방문 설명회에서 받은 질문 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목표 수치는 지난해 기록을 기준으로 잡습니다. 기준으로 삼을 기록이 없다면 첫해는 수치를 정하지 말고 측정 체계를 만드는 것 자체를 목표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근거 없이 정한 숫자는 달성해도 못 해도 다음 판단에 쓰이지 않습니다.

연간 일정은 모집 요강에서 거꾸로 계산합니다

학교 홍보 일정은 학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입학 전형 일정이 정합니다. 먼저 움직일 수 없는 날짜부터 달력에 박아 둡니다. 모집 요강 공고일, 원서 접수 기간, 입학설명회 날짜, 인근 중학교의 진로체험과 고입 설명회 일정입니다.

그다음 원서 접수 시작일을 기준으로 거꾸로 계산합니다. 준비 기간이 긴 작업일수록 앞에 놓입니다.

  1. 여섯 달 전 — 메시지 정리와 촬영 기획

    학교가 무엇을 내세울지 먼저 정합니다. 이 단계가 비어 있으면 이후에 만드는 영상과 인쇄물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2. 네다섯 달 전 — 촬영

    학생이 등장하는 촬영은 학사 일정을 피해서 잡아야 합니다. 시험 기간과 방학이 빠지고, 실습 장면은 해당 수업이 있는 주에만 찍을 수 있습니다. 계절도 화면에 남기 때문에 겨울에 찍은 장면을 이듬해 여름 홍보에 쓰면 어색해집니다.

  3. 석 달 전 — 홈페이지와 인쇄물

    입학 안내 페이지나 모집 랜딩페이지를 정리하고, 브로슈어와 포스터는 인쇄와 배송 기간을 감안해 발주합니다.

  4. 두 달 전 — 설명회 홍보와 광고 시작

    설명회 신청을 받는 페이지를 열고, 지역과 대상을 좁힌 광고를 켭니다. 이 시점에는 클릭한 사람이 도착할 페이지가 이미 완성돼 있어야 합니다.

  5. 접수 직전 한 달 — 응대와 리마인드

    새로 만드는 것보다 이미 문의한 사람에게 다시 닿는 일이 중요해지는 구간입니다. 설명회 참석자와 문의자 명단이 정리돼 있어야 이 단계가 가능합니다.

예산 집행 시기가 이 순서와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산이 늦게 확정되면 촬영과 제작이 뒤로 밀리고, 결과물이 나올 때는 이미 접수가 시작된 뒤입니다. 예산 편성 단계에서 제작에 걸리는 기간을 함께 이야기해 두어야 이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채널은 종류가 아니라 역할로 고릅니다

채널을 늘리는 일 자체는 성과와 관계가 없습니다. 각 채널이 모집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 정하고, 그 역할에 맞는 것만 올려야 합니다.

홈페이지와 입학 안내 페이지 — 종착지
다른 채널은 결국 여기로 데려오기 위해 존재합니다. 전형 일정, 학과 소개, 설명회 신청, 문의 방법이 한 화면 안에서 끝나야 합니다. 방문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하고 나가면 앞 단계의 노력이 모두 사라집니다.
영상 — 글로 전달되지 않는 것
실습실 규모, 수업 분위기, 재학생이 말하는 방식처럼 문장으로 옮기면 힘을 잃는 정보가 있습니다. 학교 소개 영상 한 편과 짧은 클립 여러 개를 나눠 두면 설명회 현장과 SNS에서 각각 쓸 수 있습니다.
SNS — 지속성
한 편의 완성도보다 계속 올라오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계정이 반년째 멈춰 있으면 학교가 관리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남깁니다. 학생이 보는 채널과 학부모가 보는 채널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인쇄물 — 오프라인 접점
중학교 배포와 설명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쇄물이 가장 확실한 전달 수단입니다. 다만 인쇄물에 실린 내용과 홈페이지의 내용이 다르면 신뢰가 먼저 깎입니다.
광고 — 도달 범위 확장
지역과 대상을 좁혀 집행합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과 그 학부모가 있는 지역을 기준으로 잡고, 광고를 켜기 전에 도착 페이지를 먼저 준비합니다.

성과는 지원자 수 이전 단계에서 확인합니다

홍보를 시작했다면 최소한 다음 네 가지는 기록해 둡니다.

  • 입학 안내 페이지에 몇 명이 들어왔고, 어디를 거쳐 들어왔는지
  • 설명회 신청 폼을 연 사람 가운데 몇 명이 끝까지 제출했는지
  • 전화와 메시지로 들어온 문의 건수, 그리고 질문의 내용
  • 광고를 켰다면 클릭 수가 아니라 클릭한 사람이 페이지에 실제로 도달한 수

여기서 자주 놓치는 것이 문의 내용입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면 그 정보가 홍보물에서 빠져 있다는 뜻입니다. 기숙사 운영 방식, 취업이나 진학 연계, 전형 방법처럼 반복되는 질문은 다음 콘텐츠의 주제로 그대로 옮기면 됩니다.

숫자를 매주 들여다볼 필요는 없습니다. 월 단위로 한 번 정리하고, 설명회 직후처럼 변화가 큰 시점에만 따로 확인하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록이 남아서 다음 해에 비교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일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

담당이 한 사람에게 몰립니다
홍보 업무가 교사 한 명의 부가 업무로 붙으면 수업과 행정 사이에서 계속 밀립니다. 외부에 맡기더라도 학교 안에서 결정을 내릴 사람과 자료를 확인해 줄 사람은 나눠 두는 편이 진행이 빠릅니다.
발주가 쪼개져 메시지가 흩어집니다
영상은 영상 업체에, 인쇄물은 인쇄소에, 홈페이지는 또 다른 곳에 따로 맡기면 결과물마다 학교를 설명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나눠서 발주해야 한다면 최소한 메시지와 시각 기준은 한 곳에서 정리한 뒤 넘겨야 합니다.
만들고 끝냅니다
제작이 끝나는 시점과 홍보가 시작되는 시점은 다릅니다. 영상을 납품받아 홈페이지에 올려 두는 것만으로는 아무도 보지 않습니다. 어디에 어떻게 노출할지가 제작 계획 안에 함께 들어 있어야 합니다.
지난해 자료를 그대로 재사용합니다
학과 개편이나 시설 변경이 반영되지 않은 자료를 다시 쓰면 설명회 현장에서 질문이 들어옵니다. 매년 전부 새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사실이 달라진 부분은 반드시 갱신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순서는 진단, 목표, 일정, 제작, 운영, 확인입니다. 이 가운데 앞의 세 단계는 예산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결과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결정됩니다. 제작부터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진단과 일정을 먼저 정리하는 편이 결국 시간을 아낍니다.